스른 전력 버키스팁입니다. 술집 씬에서 아무리 봐도 스팁페기 성사되려니까 버키 표정이 너무 울망인 거 같아서 쓴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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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상쾌하기 그지없다. 특히 그 전날 밤에 비가 왔었다면, 그렇게 새파란 하늘이 있을 수가 없다. 하늘이 그러하니 다른 것들, 예를 들어 건물, 나무, 심지어 대기까지 덩달아 맑아 보인다. 공기를 들이마시면 서늘한 냄새와 함께 물과 같은 느낌으로 콧속으로, 목 속으로, 다시 폐 속으로 유려하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맑은 공기와 어우러진 찬란하기 그지없는 태양은 사람들이 아침을 사랑하는 이유다. 아침은 밝고, 아름답고, 선하다.
그런데 말이다.
혹시 새벽 3시 정도까지 자지 않고 깨어있었거나, 그 때 막 눈을 떴던 경험이 있는지?
그 때의 풍경은 밝은 아침과는 아주 다르다. 물론 어두컴컴하기는 하다. 눈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일단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그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것이다. 은은한 불빛들, 거기에 비춰진 어스름한 풍경들, 허공에 떠 있는 달. 그렇게 깨닫고 나면 어둠과 그림자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환상 속의 정원처럼 느껴진다. 나만 알고 있고 나만 깨어있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고요한 시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티브는 나에게 새벽 같은 존재였었다. 다들 그의 병약함에만 주의를 돌리는 바람에, 그들은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지 못했다. 돌이켜보건대, 나는 모든 이에 대해 묘한 조소를 날리고 있었던 것 같다. 너희는 그가 얼마나 심장 떨리게 하는지 알지 못 해. 그리고 그건 나만 알고 있고. 마치 다이아몬드 반지를 입 안에다 감춰 놓고, 그 사실을 들키기 싫어 입술을 앙다물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속으로는 그 다이아몬드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넌 내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 널 내 줄 순 없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난 비참해져서 죽어버리고 싶을 거야.’
그래서 스티브가 다른 이들의 우상이 되었을 때는 당장이라도 무덤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나만 알고 있던 그의 아름다움이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까발려졌을’ 때의 질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 나는 그가 건강해진 이후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어째서 내 눈이 아직도 초록색으로 변하지 않은 걸까? 거울 속을 아무리 봐도 내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때서야 나는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서러웠을 때는, 스티브가 나를 막 구해냈던 즈음이었다. 그 때 스티브는 그와 함께 할 전우들을 모으느라 술집에서 다른 107연대 병사놈들과 이야기를 하다 내 자리로 왔었다. 나는 속마음이 들키지 않게 부러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거봐, 내가 말했지? 전부 다 꼴통들이라고.”
그는 내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싱긋 웃을 뿐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더 큰 악몽이 현실이 된 것은 그 다음 순간이었다. 일순 술집이 조용해지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와 그도 자연스레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서 있었지.
눈에 띄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서.
그녀는 스티브에게 다가왔다.
“스타크가 장비를 완성했대. 내일 아침에 오면 돼.”
“알겠습니다, 요원님.”
그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3살짜리 어린아이라도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할 지경이었다. 둘은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서로를 부드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구토할 것만 같았다. 안돼, 안돼, 안 된다고. 그는 내 거야.
너는 내 거라고, 스티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당장 그녀에게 작업을 걸었다. 여자가 스티브가 아니라 나에게 관심을 보이게만 만들 수 있다면, 스티브는 영원히 나의 것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소용 없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사실 좋아해. 전쟁 끝나면 춤추러 갈 지도 몰라.”
“그럼 뭘 기다리시는 건데요?
“나에게 맞는 짝.”
대답은 나를 향한 것이었지만 시선은 그를 향한 채였다. 아니, 그 눈빛 뿐 만 아니라 방금 던진 그 대답은 나를 더욱더 절망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맞는 짝이라니. 당신에게 맞는 짝이라니. 그 말을 나의 스티브에게 하다니.
최악이었던 것은 그가 그 대답에 설레 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말랐을 때와 변함없이 얼굴을 붉히는 순수한 모습에 나는 가슴이 무언가에 꽉 눌려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완전히 투명인간이었다.
술집에서 숙소로 돌아온 이후, 나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하며 울었다.
나만 너를 알 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그 때는 너도 나만을 의지하고 믿었었지.
이젠 다 끝났어. 그 때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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