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님 커미션입니당!!!


왜 네가 안 들어가고.”

하워드, 내가 만나러 갔다간 스티브는 더 큰 충격을 받을 거야. 일단은 네가 먼저 들어가서 납득을 시킨 다음에 나와 만나는 게 나아.”

하긴 그게 나을지도 몰라. 잘 생각했어, 페그.”

하워드가 문고리를 돌렸다. 그녀는 말없이 오랜 친구가 병실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실, 그녀가 보고 있던 것은 하워드가 아니었다. 간호사에게 무언가 얘기를 듣고 있던 침대 위의 젊은 청년이었다.

청년은 2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전체적으로 선량하고 반듯해 보이는 인상과 하얀 피부 덕에 더 어려 보였다. 사실 페기는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순수한 사람인지. 그리고 얼마나 수줍은 청년인지. 얼마나 평범하고 착하기만 했던 사람인지.

그래서 나이를 먹어버린 하워드를 보고, 스티브가 그 얼굴을 비통함으로 일그러뜨렸을 때, 그녀는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허망함 뿐이었다. 20년의 세월은 그에게 그 어떠한 것도 주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가슴이 메어오는 것을 잊으려고 그들은 애써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지나가버린 시간은 어떡해서든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키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스티브, ,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는 걸 알 거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천천히 받아들이면..”

하워드가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들었어요, 하워드. 결혼했다면서요. 축하해요. 그리고 페기, 남편은 좋은 사람일 거예요. 난 알아요.”

고마워, 스티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겠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들이 내 곁에 있으니까.”

“……”

소련이 적이 되었다니 정말 놀라워요. , 전쟁 때부터 삐그덕거리기는 했지만.”

스티브.”

하지만 난 다른 건 몰라도 이 사실만큼은 납득이 안 돼요. 선과 악이 불분명하다는 것. 물론 문자 그대로는 받아들일 수 있겠죠. 하지만.. 하지만 이제는 불투명한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는 게 마음속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지금은 45년이 아니야, 스티브.”

페기의 말이 살아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활자로만 느껴졌다.

네가 생각하는 세상은 이미 20년도 더 전의 일이 되어버렸어.”

 

대체 옛날이란 언제죠, 페기? 나한테는 겨우 몇 시간 전의 일이에요.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나이를 먹어버린 당신과 하워드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거죠? 너무나 바뀌어버린 이 세상은? 나만 빼놓고 다들 변해버렸어. 나만 빼놓고 다들 버키, 버키의 죽음을 극복한 것 같아.

페기와 하워드 앞에서는 애써 침착을 가장했지만, 막상 그들이 가고 나면 끝없는 우울증에 빠져든다. 그것이 지금의 스티브였다. 그는 끊임없이 자문했다. 나는 무슨 꼴이 된 거지? 시대에 뒤쳐진 낙오자? 살아서 걸어 다니는 박제?

젊은 청년, 나 좀 도와주겠어요?”

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면서. 한 노부인이 발목을 잡고 쩔쩔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어딜 다치셨나요?”

보도 블록에 잘못 걸리는 바람에 발목을 접질렸어요. 저기 골목까지만 부축해 줄 수 있나요?”

뭔가 이상하다. 금방이라도 공기가 터질 것만 같다.

군인의 직감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

저 멀리 거리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노부인이 쓰러졌다. 스티브 또한 넘어졌지만 금방 일어날 수 있었다. 다행이 노부인은 크게 다치지 않은 듯 했다.

부인, 저기 안전한 곳으로 가 계세요!”

그는 냅다 연기가 피어 오르고 총과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쪽으로 뛰쳐나갔다. 한 블록을 뛰자 그는 가슴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숨이 차서가 아니다. 공격 당한 건물이 페기와 하워드가 있는 SSR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뿌옇게 먼지가 일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거기에는 한 무리의 습격자들이 있었다. 러시아어로 지껄이는 소리가 들렸다. 미국과 적국 사이가 되었다던 소련의 공작원들인 듯 했다. 그가 언뜻 하워드의 모습을 본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누군가, 아마 페기의 고함이 들렸다.

스타크가 붙잡혔다! 저 자들이 스타크를 납치해가려 해!”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그는 주변에 있던 차 한 대의 유리창을 부수고 차 문을 열었다. 깨진 유리 조각에 긁혀 피가 흘렀지만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핸들을 잡은 그는 놈들이 몰고 온 듯한 차 중 하나에 돌진했다.

!

안에 타고 있던 자가 푹 고꾸라졌다. 그 자신도 얼얼한 것도 잠시, 그는 재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이제 한 놈. 어디 보자, 나머지가…”

그리고 그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의 앞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한 쪽 팔이 금속으로 되어 있는 남자. 온 몸을 검은 옷으로 두르고 얼굴은 마스크로 빈틈없이 가린 무시무시한 남자. 그는 다가오면서 옆에 있던 부하 중 하나에게 기관단총을 받아 들었다. 스티브는 순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피해, 스티브!”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차 아래로 내던졌다. 다음 순간 유리조각이 무시무시하게 날아들었다. 총알이 날아와 그가 앉아있던 차 좌석을 무자비하게 벌집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주, 아주 약간의 시간만이라도 지체했더라면 스티브의 머리가 칼에 찔린 수박마냥 뚫렸을 참이었다.

저 작자하고 싸우려면 무기가 필요해! 누가 내 방패 좀 가져와 봐!”

스티브가 고함을 쳤다.

캡틴 로저스! 당신 방패 여기 있어요!”

요원 중 하나가 큰 소리로 외치며 그에게 방패를 던져 주었다.

방패가 날아왔다. 이상하게도, 갑자기 스티브는 저 멀리 유럽의 눈 쌓인 협곡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미안해, 페기.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다를 바가 없어. 지금 이 순간과 다른 게 뭐지? 뚜렷한 적들이 있고, 나를 돕는 이들이 있는 이 순간과?

듀간이 나에게 필요할 거라며 방패를 던져주던 그 날, 하울링 코만도스가 내 뒤를 서포트해 주던 그 시간들, 선과 악이 뚜렷하던 그 시절..

남자가 스티브에게 총을 쏘았지만 비브라늄 방패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방패로 총을 막아내던 그는 남자의 팔을 내리쳐 총을 떨구게 했다. 놈의 복면을 거칠게 잡아 뜯었다. 그 순간이었다. 귓가에 아련히 울리는 목소리.

지금은 45년이 아니야

어쩌면 이 때만큼은, 페기의 말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버키?”

버키란 놈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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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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